비거노믹스(Veganomics)는 채식주의자(Vegan)와 경제(Economics)의 합성어로
채식을 비롯해 동물성 재료를 쓰지 않고 물건을 만드는 산업 전반을 의미한다.
신한카드 빅데이터를 통해 나날이 커지는 비건 시장을 살펴봤다.
비건은 채소, 과일, 해조류 등 식물성 식품 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 철저하고 완전한 채식주의자를 일컫는 단어다. 최근에는 그 의미가 확장돼 동물을 희생시키는 제품과 문화도 소비하지 않는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비건 디저트, 비건 뷰티, 비건 패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관련 제품을 출시 중이며, 비건 산업 활성화를 위한 전시회도 열리고 있다.
비건에 대한 인식 역시 변화 중인데, 2019년 8월부터 2020년 1월까지 인스타그램에서 비건, 채식을 검색한 데이터를 살펴보면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비중이 전체의 72%로 59%에 불과하던 전년 동기 대비 13%p 증가했다. 언급량도 동 기간을 비교했을 때 41% 늘어났다. 아울러 과거에는 주방, 쿠킹 스튜디오 등 직접 요리해서 먹는 장소나 호텔 등 고급 식당과 연관해 비건, 채식을 언급했으나 최근에는 편의점, 각종 카페 등 접근성이 용이한 곳과 함께 언급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비건 음식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음을 나타낸다.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국내 채식 인구는 2008년 15만 명에서 2019년 150만 명으로 늘어났다. 이에 발맞춰 비건 식당 및 카페에서 사용하는 금액도 크게 증가했다. 서울 소재 비건 식당 및 카페 93곳을 대상으로 신한카드 이용 금액을 조사해 보니 2014년 8억 원에서 2019년 21억 원으로 163% 성장했다. 또 5년 전만 해도 비건 식당의 위치는 서울 중심부인 강남구, 종로구, 마포구 등에 밀집해 있었으나 2019년에는 서울 전역으로 확대됐다. 한 패스트푸드 전문 업체는 식물성 버거를 출시한 날 이후 이용 건수가 전주 대비 6~10% 증가하기도 했다. 비건은 이제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닌 셈이다.
채식을 넘어 환경까지 생각하는 소비 성향
그렇다면 비건 식당을 이용하는 사람은 누구이며, 이들의 소비는 어떤 특징을 보일까?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신한카드 이용 건수를 기준으로 파악해봤다. 그 결과 비건 식당 이용자의 71%는 여성이며, 일반 식당 이용자에 비해 싱글인 경우가 많았다. 특히 전체 고객 중 34%가 20대 여성으로, 일반 식당의 20대 여성 고객 비중이 13%인 데 반해 약 2.6배 높게 나타났다. 다만 비건 식당을 찾은 이들의74%가 6개월간 1회만 방문했으며, 방문 횟수가 적은 고객일수록 공휴일, 주말에 이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사람들은 실제로 비건 라이프를 실천한다기보다는 트렌드에 민감하거나 이색 경험을 선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비건 고객은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더 건강하고 신선한 식품을 섭취하고 싶어 한다. 이 같은 기질은 데이터에서도 드러나는데 식자재 매장 이용 경험 비중을 분석했을 때 친환경·유기농 식품 전문 매장을 이용한 비중이 일반 고객은 2%인 데 반해 비건 고객은 10%에 달했다. 신선 식품몰 이용 비중도 일반 고객은 3%, 비건 고객은 12%로 나타났다. 건강이나 체중 감량과 관련한 업종도 비건 고객이 일반 고객보다 더 많이 이용한다. 오프라인 운동센터에서의 이용 경험 비중은 비건 고객 16%, 일반 고객 5%이며, 요가복·스포츠웨어 판매점에서는 비건 고객 11%, 일반 고객 3%, 다이어트 식품몰에서는 비건 고객 5%, 일반 고객 1%를 기록했다. 자신의 몸에 보다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소비에 비용을 아까워하지 않는 이들의 가치관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끝으로 비건 고객은 공공 자전거, 전기 자동차, 공유 전기 자전거 등 친환경 모빌리티 관련 업종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정부나 지역 내 민간단체가 대여,반납 체계를 갖춰 주민에게 빌려주는 공공 자전거의 이용 경험 비중은 일반 고객은 4%인 데 반해 비건 고객은 14%에 달해 이들이 추구하는 윤리적 가치가 식품 영역을 넘은 소비에서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영국의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를 비건의 해로 선언했다. 비건 라이프는 이미 글로벌한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국내의 경우 아직까지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문화가 형성되고 있지만 윤리적 소비의 확산과 기술의 발달 등 비건 산업의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해 보인다. 앞으로 비거노믹스가 가져올 우리 삶의 변화를 기대하면서 오늘 하루, 비건 라이프를 실천해보면 어떨까?
▶ 본 내용은 신한금융그룹 사보 신한인 7월호에도 게재된 내용입니다.
▶ 일러스트: 하루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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